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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오혜에서 연재하는 수필 및 컨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은 바닷가에 쭈-욱 늘어진 횟집들이 생각난다. 다닥다닥 붙어서 너나 할 것 없이 요란하고, 그 큰 글씨들 때문에 시끄러워보이는 횟집들인데,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이렇게 장사를 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되는 죽어버린 거리가 생각난다.

그 시기면 바닷바람이 꽤 차갑고 사람들도 듬성듬성 있다. 다들 암울해보이고 뭔가 문제가 있어서 떠나온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러면 나도 그 사람들의 멀찍한 사이에 서서 아무것도 안하고 바다만 쳐다본다. 다들 바다의 깊이를 한 번쯤 가늠해 본 표정이다. 혹시 돌고래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기대하면서 바다 앞에 서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여기 빠져죽은 사람은 몇이나 될지 상상하게 하는 게 비수기 바닷가의 풍경이다.

모래까지 내려갔거나 파도근처까지 간 사람들이 한두 번씩 깔깔거리는 소리를 이쪽으로 올려 보내고 모래가 잔뜩 있는 시멘트에 서서 바다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단지 사연 가득하게 서있을 뿐이다. 그 곁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담배를 피우다보면 미뤄뒀던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러다 슥 돌아보면 횟집들이 기운 없이 늘어져있는 것이다. 이럴 때 소주를 마셔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때의 그 애인과, 그때의 그 애인과, 그때의 그 친구들과, 그때의 그 친구와, 혼자서도 결심을 하고 모래를 털고 일어나는 나와 우리는 소주를 마셔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강화도부터 제주도까지, 또는 어느 이름도 모르는 지방이었고, 꿈에서도 간 것만 같은 그 곳이 마구잡이로 섞여서 오묘한 그리움으로 결론이 난다. 소주의 계절이 도래하였다.
2017.10.18

허수아비들의 겨울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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