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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에서 연재하는 수필 및 컨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전원일기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일용이가 허수아비가 되어 서 있었다. 복길 엄마를 위로해 주다 갑자기 나타난 일용 엄니를 피해 위장을 한 것이었다. 일용의 엄니는 그런 일용과 복길 어미를 유쾌하게 인정했다.

' 봄과 여름이 지나 누군가에겐 곧 가을이 올 것이며 또 누군가에겐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 '

사람들은 제각각 본인들만의 형태로 아둔한 짓거리들을 끊임이 없이 해 댄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그래서 ' 우리 ' 라 얘기하고 서로의 그러한 짓거리들을 나누고 반성도 하며 포용하고 발전을 꿈 꾸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자신 먼저 그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천한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그것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 될수록 가엾다는 느낌은 강해진다. 또한 본인만 사랑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 나는 가소롭고 가여운 놈이었지. '

결국 짐승의 털 끝 조차도 못 한 짓거리들의 합창에 몸을 가누지도 못 할 만큼 공격 받고 숨게 된다. 그늘에서 죽음과 그 죽음 가까이에서 헐떡이다 살아나면 살아나고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다

' 이러다 정말 죽겠는 걸? '

까지 가 버리면 예민함은 사람을, 아니 나를 너그럽지 않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고 이상한 다짐을 하게 되는데 그 또한 어렵다는 현실에 무릎 꿇는다. 있지도 아니한 눈물을 짜 내는 것은 독을 빼기 위함인데 그 독이란 게 참으로 신기하다.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천천히 해야 한다. 맹독일수록 더욱 천천히 해야 한다.

물을 쏟았는데 탁자의 유리는 물을 흡수하지 않았다. 촛불은 희미해져 갔고 뚱보와 홀쭉이의 어색한 대화, 그들의 여유 속 숨은 긴장감은 누추했다.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으며 이 따위를 계속 쳐 듣고 앉었는 자신에게 너그러움을 선사했다. 개놈들의 강변엔 자연이 뿌려 놓은 물감들로 흔한 듯 그렇지 아니한 아름다움이 펼쳐져 모든 존재를 빛이 나게 했다.

' 그러다 빛이 되었다. '

지혜의 습득은 이로운 행위였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야릇한 경험이었다.계속 진행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존재하는 것은 아름답다. 무시무시한 거짓말쟁이들의 횡포 앞에서 당당하게 서 맞대응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보이지 아니 하는 것들을 믿고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며 존경을 담아 더 가까이 다가 서 본다.

2017 9.13 - 9.14
부산 중구에서

허수아비들의 겨울 잡담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