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억의 미래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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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14,000원 |
저자 | 최유수 |
출판사 | 도어스프레스(doorspress) |
판형 | 120mm x 200mm |
페이지 | 172쪽 |
출판년도 | 2022 |
*최소주문수량 1개 이상 / 최대주문수량 0개 이하
사이즈 가이드책 소개
포에틱 워크 시리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창작자들의 시집을 엮습니다. 고유의 시선으로 세계를 느끼고 표현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언어를 책으로 만듭니다. 종이 위에서 함께 걷고 나아갑니다.
[들어가는 말]
풍경(風磬) 앞에 앉아 있다. 새 소리, 풀벌레 소리. 물기 어린 흙냄새, 풀냄새. 햇빛, 바람, 물결, 영혼. 어떤 사랑이 시간 속을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빛을 등진 채 시간을 스케치한다. 어느 날의 창문이 눈앞에 흐르고, 향기를 맡으면 가까운 미래가 나타난다. 어떤 예감 같은 단어들이 사르르 펼쳐진다. 단어 몇 개를 주워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있는, 누구든지 알아듣고 떠올릴 수 있으며 그저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묘사하면 되는 무엇이 아니라,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고 미묘하게 어딘가 수상쩍은, 온 힘을 다해 써내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결국 나라는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분명한 느낌들을, 그런 것들을 아우르는 내 세계의 사각(死角)에 관해 말해보고 싶다.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풀어놓고 싶다. 단어들의 건반을 연주하듯이, 산책로에서 세상에 없는 멜로디를 허밍하듯이.
그런데 이 책을 엮는 동안, 오래 전부터 내 안을 서성이고 있던 한 아이가 사라졌다. 시간 밖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그 아이는 나일까? 왜 숨어버렸을까? 이제는 묘연한 일이다.
책속으로
떠오르는 이름들을 중얼거린다. 밤공기를 곁들여 발음을 음미한다. 기억의 껍질이 입 안에 까슬거린다. // 그러고 보면 사람 이름은 참 이상하지. / 발음할수록 흐릿해져. / 또 새로워져. / 말할 수도 부를 수도 없는 이름들이 제일 이름 같아. -P.21, 「발코니가 있는 정물」
세계는 / 모호한 질문과 / 덮어둔 그리움과 / 어색한 혼잣말로 가득한, / 몽상의 / 예배당이다. // 그곳에 아름다운 시절은 없어. / 아름다움만 있지. -P.33, 「아름다운 시절」
긴 산책, / 오랜 겨울 여행, / 뒤늦게 발견한 선물, / 반복되는 꿈의 텍스트, / 비밀과 예감, / 시공간을 가두기. // 이게 다 훌륭한 유물들이죠. / 미래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거예요. -P.47, 「바다 건너의」
누구나 누군가의 유실물이고 보관함이다. / 목소리일까? 뒷모습일까? // 우리들의 이야기에 / 실제로 가능한 / 시나리오의 수는 / 거의 / 무한하다. -P.67, 「사라진 미래」
슬픔은 삶보다 흐릿하고, 슬픔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사람의 영혼은 실은 누구보다 강렬해. 차갑게 불타오르지. // 데자뷔 속의 당신이 입술을 떼면…… // 육체의 슬픔에 관한 모사를 연습하는 중이다. // 꽤 오래된 되풀이이다. -P.75, 「슬픔 연습」
무대 위에서, 그곳에만 존재하는 / 끝이 있는 시간 속에서 / 우연의 경계에서 / 어떤 자각의 너머에서 // 한 겹의 / 새 영원이 돋아나고 있다. -P.105, 「이야기 씨앗」
흩어져 있는 섬들로부터 / 기억의 어스름을 모아 / 사랑의 해안으로 실어 나른다. // 그러나 그것은 기억일까? / 그러나 그것은 사랑일까? / 그러나 그것은 -P.119, 「라이프타임」
시간의 잡초가 자라는 창가에 / 초록 빛깔의 / 나비들이 아른거린다. // 이것은 일종의 최면이다. // 어떤 기억의 한 장면을 구성하는 사물들은 실제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다. / 느낌은 공기처럼 떠다닌다. // 이것은 착각도 환상도 아니다. -P.135, 「레미니센스」
어떤 말 뒤로는 반드시 긴 침묵이 이어진다. //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목 아래로 / 흘러나와 / 침묵의 모포 위를 굴러다닌다. // 내가(네가) 그린 구름들이 저 벽에 걸려 있다. // 이 말은, 이 책은, 저 구름 속에 있다. -P.155, 「벽에 걸린 구름」
시와 산문을 씁니다. 단어가 지닌 힘을 믿습니다. 밝은 안개 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사랑의 몽타주』,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아무도 없는 바다』, 『영원에 무늬가 있다면』, 『빛과 안개』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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